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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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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여성에게
● 위로와 영감
● 마음의 언어
30대 여성에게
감정이 복잡해지는 이 시기, 30대 여성에게, 위로와 영감으로 마음의 언어인 그림이 말을 걸어왔다
30대가 되면, 삶이 제법 무거워진다.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일과 사랑, 가족과 미래 사이에서 나는 매일 흔들린다.
가끔은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연히 스친 그림 하나가 마음을 톡 건드린다.
지금의 나와 닮은 표정, 말 대신 눈빛으로 전하는 감정,
그림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요즘 나는 유럽의 화가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의 시대는 지금과 달랐지만, 그들이 담은 감정은 이상하게 지금 나와 닮아 있다.
아프고, 외롭고, 동시에 강인하고, 뜨겁고.
이 글은 그런 그림들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나 같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로와 영감
◎ 프리다 칼로, 클림트, 실레: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잠시 숨이 멎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는다.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에서는 갈라진 척추를 그대로 드러내고,
몸에 박힌 못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나약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단단해 보였다.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아프지만, 나는 나다”라고.
그 말이 그날따라 참 많이 위로가 됐다.
◎ 클림트의 《키스》는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황금빛 장식 속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여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멈칫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사랑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어떤 긴장.
클림트는 그런 감정을 너무나 섬세하게 잡아낸다.
《유디트》에선 여성의 힘이 느껴진다.
사랑과 복수, 유혹과 분노가 한 화면에 동시에 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복잡한 감정 안에서 매일 균형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 실레의 그림은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사람들의 몸은 왜곡돼 있고, 표정은 불편하고, 눈빛은 외롭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 속에서 나를 본다.
《죽음과 소녀》는 사랑과 두려움이 함께 있는 그림이다.
나는 그 감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레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준다.
베이컨, 마그리트, 젠틸레스키: 흔들리는 나에게 건네는 진심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속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 베이컨의 그림은 마치 내 안을 들여다본 것처럼 느껴진다.
◎ 베이컨의 《자화상》을 보면, 얼굴이 흐려지고 찢어져 있다.
그 모습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본다.
불안하고 무너져가는 내 감정이 그 안에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도 인간이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 르네 마그리트는 묻는다. “우리가 보는 것이 진짜일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연인의 키스》…
그림은 아름다운데, 마음이 조금 불편해진다.
우리가 진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처럼.
SNS에선 웃고 있지만, 진짜 나는 우울한 날도 많다.
마그리트는 그 모순을 딱 집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보이는 것에만 속지 마. 너의 진짜 감정을 외면하지 마.”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강한 여성이다.
바로크 시대, 여성 화가조차 드물던 그 시절에,
그녀는 성폭력의 고통을 그림으로 맞섰다.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를 죽이다》를 보면,
한 여성의 분노와 결단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는 그 그림을 보면서,
세상이 침묵하라고 할 때 목소리를 낸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그리고 내 안의 조용한 분노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파울 클레: 고요함이 필요한 순간에
감정이 너무 복잡할 때,
나는 파울 클레의 그림 앞에 선다.
《세네시오》는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가면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그린 그림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현실은 복잡하지만, 그림은 조용히 말해준다.
“다 괜찮아. 너는 지금 잘 가고 있어.”
클레는 말했다. “선 하나가 산책을 나간다.”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요즘은 알 것 같다.
뭔가를 완벽하게 해내는 게 아니라,
조금 비틀어져도, 천천히라도, 내 감정 그대로 살아가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그림은 마음의 언어다
그림은 나의 마음이고, 나의 언어다.
이 일곱 화가의 그림은 그냥 예술작품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다.
그림을 보며 울고, 웃고, 위로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그림은 내 대신 마음을 말해준다.
30대가 되면, 괜찮은 척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안 괜찮은 나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은 그 용기를 주었다.
이 글이,
나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멈추지 않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그림 앞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시 오늘을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